<구청장 초대석>탁월한 구정 운영으로 전국을 선도하는 '김영순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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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내달 1일부터 공공시설물과 지하철, 공항 등 다중이용 교통시설의 에스컬레이터, 환승통로에서는 '우측보행'이 시작된다.

90여 년간 정착된 '좌측보행'이 '우측보행'으로 바뀌고 시범시행을 거쳐 내년 7월부터는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에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우측보행'을 이미 2년 전부터 시작한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송파구다.

송파구는 구청사에 있는 계단마다 '좌측보행' 대신 '우측보행'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고, 송파구를 가르는 성내천 산책길은 오래전에 우측보행 시범구역으로 지정됐다.

송파구가 1921년 일제시대 조선총독부령으로 시작해 9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람들의 보행습관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25개 서울시 자치구청장 가운데 유일한 여성구청장인 김영순(60) 구청장의 과감한 결단력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안전도시 공인을 준비하면서 차량과 등을 지고 걷는 좌측보행이 우측보행에 비해 사고율이 1.6배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행문화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우측보행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송파구에서 이렇게 시작된 '우측보행'은 구 단위에서 선도해 대한민국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국책사례가 된 것이다.

송파구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의 국책사례가 된 것은 '우측보행'뿐 만이 아니다. 수영장 이용료 여성 할인이나 여권민원 사업 등 김 구청장의 결단력이 크게 작용한 사업들은 서울시와 전국으로 확산되고, 해외도시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갈 정도다.

특히 여권 발급을 위해 10일 가까이 기다려야 했던 여권민원 사업은 이제는 48시간, 긴급한 경우에는 30분내에도 발급이 가능해졌다.

그는 "구청장 취임 후 출근길에 수백 명의 주민들이 여권발급을 위해 줄을 서있는 것을 보고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그간 밀린 대기물량만 털어내면 여권 즉시발급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대기물량을 처리해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여권민원 사업이 정착되고 여권발급기간이 대폭 줄어들자 정부와 언론에서는 '공공서비스의 혁명'이라는 극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우리 송파에서 먼저 시작한 것들을 서울시가 벤치마킹하고, 다시 전국으로 확산될 때 자부심을 느낀다"며 "하드웨어 개선보다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거대 프로젝트보다는 실제 생활과 밀접한 부분들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고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도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그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개선에 관심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구청장은 정무2차관과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 가운데 하나다.

처음 그가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을 시도할 때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김 구청장은 구청장 취임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러한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그는 "국정이나 시정, 구정 모두 살림을 산다는 점에 있어서는 규모만 다를 뿐 가정살림과 똑같다"며 "모든 가정의 어머니가 집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아우르고 소통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듯이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의 이 같은 마음이 구정 전반에서 묻어났다. 가임 여성을 위한 수영장 할인, 여자화장실의 핸드백 보관대, 부녀 가정을 위한 생리용품 지원, 아토피 없는 어린이집, 어린이 보호차량 인증제, 어린이 전용도서관 등은 아이를 낳고 길러본 어머니 구청장이 아니면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아이디어다.

유독 송파구에서 이러한 톡톡 튀는 행정 아이디어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구청장은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일을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구청장이 모든 걸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구청장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의 제안에 개인적인 경험을 얹어서 내실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전적으로 밀어주고 힘을 실어준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높은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원들을 위한 교육예산확보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민선 4기 지난 3년여 간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김 구청장은 지난해 조루인플루엔자(AI)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일을 가장 힘들었으면서도 행복한 기억으로 꼽는다.

김 구청장은 "서울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지 1주일 만에 관내에서 불법사육하는 오리와 닭에서도 AI 감염사실이 확인돼 나를 포함한 직원 200여명이 긴급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었다"며 "당시 군부대조차도 협조가 어려워 직원들을 밤샘 살처분 현장으로 내보내면서 정말 마음이 착잡했다"고 회상했다.

그때 당시 상황을 전하는 동안 김 구청장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휴일도 반납한 채 밤새 함께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잔뜩 묻어나왔다.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김 구청장이 힘든 결정을 내린 사실을 아는지 직원들도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꿋꿋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구청의 늑장대응을 지적해 고생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제 민선 4기도 서서히 마무리할 시점에 도달했지만 김 구청장은 남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의 연장선에서 주거기능 위주의 송파를 경제가 살아 숨쉬는 미래형 도시로 변화시키는데 일관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김 구청장은 "취임할 때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보다 10년 후, 100년 후 송파의 미래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었다"며 "남은 짧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의 연장선에서 송파구를 21세기가 꿈꾸는 미래도시로 만들어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03&aid=000288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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