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감시, 체계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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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월 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추진 브리핑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대출이 101.1%라고 한다. 가계빚이 1682조로 급증해 처음으로 GDP를 넘어선 것이다. 가계 부채의 증가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난 결과이다. 이에 못지않게 지난해 2019년 공공부문 부채, 즉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부채 또한 1133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 대비 59%에 달해 60%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예산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총 100조원 가량 증가했다. 그 이전 정부의 경우 7년 만에 100조원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그러다보니 국가채무(중앙정부 부채인 국가채무에 지방정부 부채를 더한 금액)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4차 추경까지 반영한 올해 국가채무가 847조 가량으로 전년대비 106조원 가량 늘어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3.9%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의 부채상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국가부채 비율을 OECD 주요국가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사회 진입당시 독일은 18.6%, 프랑스는 21.1%, 영국이 44.4%, 스웨덴 27.9%, 덴마크 20.5%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이 평균 GDP 대비 35%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느 순간 한국엔 모든 걸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크게 늘고 있는 정부지출의 대부분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일자리 지원금, 복지수당 등으로 쓰이고 있어 재정지출이 경기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지출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또 코로나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현 정부의 정책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성장이 더 둔화될 거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얼어붙은 민간의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 투기나 주식 광풍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극복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 국민이 빚을 질 것이냐 국가가 질 것이냐의 문제인데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건전 재정 논의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재정건전성을 거론하며, 미래 세대에 빚을 전가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는 용기를 요하는 것이 돼 버렸다.


국가채무가 단순히 세출 조정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세입 측면에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 되다보니 자연히 증세 논의를 불러오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실질적 증세의 효과를 거둔바 있으나 부가세 기본세율을 12%로 인상하는 방안이나 거의 40%에 이르는 면세자에 대해 과세전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로서는 조세저항을 불러올 가능성도 염려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경제구조가 취약해지고 세입기반은 약화되는데 재정은 방만하게 운용되면서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덧붙여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부터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재정지원 규모 300억원 이상이면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도록 해 세금이 낭비되는 사태를 막아 왔는데, 최근 기준 금액을 대폭 상향해 이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 현재 정치인들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하나의 치적으로 지역구마다 내걸고 있고, 올 9월까지 30개 사업 중 17개 사업이 면제를 받았는데 총사업비로는 약 30조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재정지출의 확대를 용인한다 하더라도 기준과 원칙이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이런 차원에서 재정준칙의 도입이 서둘러져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정부가 재정적으로 무엇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기재부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재정준칙이 포함된 재정건전화법안을 제시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총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수량적 제한’을 가하는 규범으로, 정부안은 국가채무 비율을 60%(채무준칙)와 통합재정수지 -3%(수지준칙)를 기준으로 정했다. 다만 한도 적용을 면제하는 규정을 동시에 두고 있는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인명 또는 재산 피해 정도가 매우 크거나 사회·경제적으로 영향이 광범위한 재난(대규모 재해)이 발생한 경우,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에 준하는 성장·고용상 충격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뒀다. 또 준칙의 도입시기를 2025년 회계연도로 정해 시간적 여유를 뒀다. 야당은 재정준칙을 두고 ‘꼼수 준칙’, ‘면죄부 준칙’이라고 반박하며, “현재 국가채무비율이 43.9%인데 60%까지로 한도를 잡은 건 결국 더 빚내서 쓰자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한다. 여당 내부에서도 재정 지출 소요가 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할 경우 재정 운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 전 세계적으로는 92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다. 여러 여건상 재정준칙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확대재정이 필요한 것과 재정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재정건전성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당장 빚내어 해결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후세대에 부채를 남긴다는 것은 못할 짓이다. 국가재정은 반드시 원칙에 입각해 과학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예컨대 코로나 지원도 취약계층을 보다 정밀하게 조준하여 설계된 선택적 지원을 함으로써 코로나 위기도 극복하고 재정의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는 차원 높은 정책수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금이 공정하게 징수되고 예산이 바르게 집행되는 것이야말로 정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950511/?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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