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훈숙 단장 "33년 유니버설발레단, 한국적 모던발레로 변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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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훈숙 단장. 2017.03.16.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실은 7년 전에 제 자신의 한계와 만났어요. 유니버설 발레단이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올해 창단 33주년을 맞이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상징과도 같은 문훈숙(53) 단장은 정작 겸손해했다. 최근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만난 문 단장은 "제 한계로 인해 발레단이 발전을 못한다면 너무 마음이 아플 거 같았다"고 말했다.


"어떤 조직이든 40년, 50년 넘기기가 힘들어요. 고비를 넘기는 기업이 많지 않는 이유는 조직이 오래되면 장점도 있지만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시대에 맞게끔 나가지 못하고 역사의 무게감에 눌리는거죠. 지금까지 우리 방식으로 잘해왔지만 같은 방식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국내 양대 발레단으로 통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립발레단(1962년 창단)과 광주시가 설립한 광주시립무용단(1976년 창단)만 있었던 1984년 국내 첫 민간발레단으로 설립, '발레 불모지'던 국내 발레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유니버설 발레단 창단멤버로 1995년부터 단장을 맡고 있는 문 단장은 해가 거듭할수록 발레단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만들면서도 딱딱한 격식을 깨는 행보로도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단장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권한을 유병헌 예술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넘기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부터 유 감독을 중심으로, 3년을 바라보고 외국인 단원 비율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뉴시스】문훈숙 단장. 2017.03.16.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기존에 외국인 단원을 전체의 20%로 제한했는데 지난해부터 그 비율을 없앴다. 현재 69명의 단원이 소속돼 있는데 외국인 단원은 절반에 가까운 33명(여14·남19)에 달한다. 이달 입단하는 중국 랴오닝발레 수석무용수인 마 밍(Ma Ming), 러시아 마린스키 솔리스트인 크라시우크 예카테리나(Krasiuk Ekatrina)도 역시 외국인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해외에서 공연하며 '발레 한류'를 이끈 유니버설발레단의 탄탄함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으면서 외국인 무용수들의 입단으로 국제적인 발레단이 됐다.


문 단장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도 독일 국적의 단원이 별로 없고 미국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역시 외국 단원들이 많죠"라며 "예술 자체는 국적, 인종, 종교 등 모든 것을 넘어서죠. 저희 발레단 이름인 '유니버설'(세계적인) 자체도 발레는 세계적인 공통 언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한류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뉴욕으로, 진출 '백조의 호수'와 창작 발레 '심청'을 공연했는데 뉴욕타임스가 세계적인 발레단이 무색할 정도로 군무의 정확성이 좋았다고 평했다.


깐깐하기로 유명해 세계적인 발레단도 도마 위에 올린다는 LA타임스 루이스 시걸 평론가도 이 발레단의 LA 공연에 대해 호평하며 팬을 자처했다.


【서울=뉴시스】문훈숙 단장. 2017.03.16.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자신감이 붙은 유니버설발레단은 1999년 유럽에서 공연했고, 2003년에는 마침내 발레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에 입성했다. 문 단장은 "매 공연마다 춤의 완벽성뿐만 아니라 '정성'을 보여준 것이 호응을 얻지 않았나"라고 여겼다.


문 단장이 계획한 유니버설발레단의 고전 창작 3부작 중 '심청' '춘향'에 이어 이제 남은 작품은 '흥부, 놀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의 정서와 아름다운 가치관을 담은 모던한 발레를 선보이고 싶어요. 시대에 맞게 21세기를 끌고 들어와아죠"라고 했다.


대부분의 단체는 수장의 성격을 대변한다.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나 영국 로열발레학교,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워싱턴발레단 등지에서 활약한 문 단장은 열린 사고와 마음을 지니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분위기도 이로 인해 자유롭고 따뜻한데, 부러 티도 안 낸다.


최근의 변화 역시 드러내놓고 시도하지 않았다. "선포를 하는 것보다 조금씩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큰 그림은 우선 글로벌이죠. 국립발레단은 국립이라는 정체성을 통해 돋보이고 아름다우니, 저희는 다른 모습을 통해 발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문 단장은 이와 함께 자신이 어릴 때 몸담기도 했던 어린이 민속무용 및 합창단인 리틀앤젤스 예술단 운영도 함께 맡아 보폭도 넓히는 중이다. 


【서울=뉴시스】문훈숙 단장. 2017.03.16.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55년 간 갈라 공연을 해왔는데 해외에서 인기가 좋아요, 하지만 역시 시대가 변하니 변화가 필요하죠. 근데 자체가 보석이니 본질을 바꾸기보다 주변 세팅에 변화를 주려고 해요. 작년에 박칼린 음악감독님께 부탁을 드려 '쇼 콰이어(Show Choir)'를 선보였고, 올해 12월에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해요. 리틀앤젤스 역시 우선 3년을 내다보고 변화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문 단장은 발레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녀의 '해설이 있는 발레'는 항상 인기다. 그런데 문 단장은 "공연 자체가 좋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은 소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근본은 공연이거든요."


여전히 소녀 감성을 유지한 문 단장은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라는 직함을 내 걸 때는 누구보다 꿋꿋하고 당당하다.


"활발한 성격이 아니라 단장으로서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제가 태어난 대로 산다면 연습실이나 도서관에만 있어야 하죠. 하지만 조직이 받쳐주니 든든했어요."


문 단장은 "유니버설발레단은 종교를 떠나 예술을 알리는 순수한 목적으로 창단된 단체"라고 강조했다. "1998년도에 미국에 갔을 때 '한국에 발레가 있어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어요. 그런 편견과 환경 속에서 발레단이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발레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후원자분들의 꾸준한 지원으로 가능 했습니다."


 문 단장의 목표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자신이 떠나도 전혀 문제가 없는 단체로 만드는 것이다. "더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 '지젤'을 보면서 그 가능성을 봤죠. 연습실 한번 안 가고 다른 관객처럼 공연 당일 객석에서 봤어요. 너무 잘해서 정말 행복했어요. 발레단의 예술 파트와 행정 파트에 있는 든든한 직원들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죠."   


출처: https://newsis.com/view/?id=NISX20170316_0014767936&cID=10702&pID=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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